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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돌봄] 미워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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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97회 작성일 22-11-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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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1일자 정지우 작가의 산문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 거라는 생각은 대개 나 자신이 나를 미워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
나 자신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결핍을 느낄 때, 자기 생활이 어딘지 엉망이라고 느낄 때,
누군가의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가 곧 나를 미워하는 일로 느껴지곤 한다.
그들의 존재는 마치 나 자신의 현현, 나의 대리인처럼 느껴지고,
그들로부터 내가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나아가서 나를 미워하는 그를 나도 미워하게 된다.
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되고, 나를 미워하는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까지 믿게 된다.
그러나 사실 그 출발점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에 뿌리내리고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나를 좋아하고, 내게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면,
애초부터 타인이 나를 나쁘게 평가할 거라고 잘 믿어지지도 않고,
설령 그렇다 해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관계란 많은 경우 나의 내면 바깥에 있다고 믿어지지만,
반대로, 그보다 더 많은 경우, 나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타인의 시선을 나쁜 것으로 해석하는 힘은 대개 내 안에 있다.
내가 초라해보이거나, 외면당하고,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건
대체로 나 자신이 나를 그렇지 않을까 의심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런 생각이 때로는 진실을 적중할 때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늘 그런 생각을 중지시키는 힘이 더 필요할 때가 많은 듯하다.

그런 느낌이나 기분, 생각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되는 태도가 있다면
나의 변화무쌍함을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삶은 항상 엉망이지는 않다.
그저 그럴 때도 있을 뿐이다.
기분은 날씨에 따라서, 오늘 아침을 잘 챙겨먹었느냐에 따라서, 카페인이 충분한가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그 불길한 기운, 불안정한 기분, 부정적인 느낌을
그대로 신뢰해버리는 습관을 가지는 건 그다지 현명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저 오늘은 '모두가 나를 미워하는 것만 같은 날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문제는 의외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되어 버린다.

오늘은 모두가 나를 초라하게만 볼 것 같은 날이구나,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하고 외면할 것만 같은 그런 때구나,
내 몸의 어떤 호르몬의 결핍이 내가 나쁜 생각을 하게 만드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그게 사실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때가 머지않아 오는 것 같다.
만약 그런 기분이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면, 몇가지 방법들을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외출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내 편이라고 믿어지는 사람과 실컷 수다를 떨다보면,
더 빨리 그런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고 느껴진다면,
먼저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않고 있는지부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지 않기 위한 자기만의 몇 가지 방법들을 잘 간직해둘 필요가 있다.



출처: 정지우 작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사진출처: gettyimag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