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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돌봄] 유독 힘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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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29회 작성일 22-09-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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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유독 힘든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을 없앨 방법은 없다.
그저 오늘은 유난히 힘든 날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침부터 하루가 쉽지 않음을 예감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쳐갈 즈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를 틀고, 좋은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잠시나마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주파수를 옮겨다녀도, 그 좋은 음악 한곡조차 들을 수 없어서,
그 작은 위로조차 받지 못하는 날마저 있다.
그럴 때면, 이 삶이 정말로 최악이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런 날들이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좋은 날이 온다.
똑같이 힘들어도,
그날은 집에 돌아가는 라디오에서 내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모든 가사가 마음을 녹여주는 것 같은 음악이 나오는 날도 있다.
똑같이 힘들지만,
아침 만큼은 덜 힘들 날도 있고, 그래도 수면은 편안한 날이 있고, 밥이 맛있는 날도 있다.
그렇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것들에 기대어 나아가다보면,
힘들다기 보다는 좋다고 할 만한 날을 다시 만나게 된다.

사람이 참 나약한 것이
너무 쉽게 ´오늘´의 문제를 ´삶 전체´의 문제로 돌리곤 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나쁜 기분 때문에 내 삶이 통째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미워하며,
이 삶이 그 누구 혹은 그 어떤 선택 때문이라고 탓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과거의 어느 나날들이 꿈처럼 피어오르고,
마치 그 시절 이후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버린다.
그런데 그런 착각이 거듭되고, 그런 오늘들이 반복되다보면,
착각이었던 것이 확신이 되고, 탓하던 것이 진실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오늘의 문제´는 그저 오늘의 문제로 남겨두고,
잊어버리는 일이 때로는 필요하다.
이렇게 지나가버릴테지,
모든 삶에는 이런 나날들이 있기 마련이지,
모든 인생에는 이런 구멍 같은 오늘들이 있지,
세상 모든 삶에는 이런 허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감내하지 않으면
삶은 더 손쉽게 엉망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어떤 삶에든 힘들고 기분 나쁜 나날들이 있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기억하며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요며칠 조금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삶이나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습관은 거의 없어졌다.
그저 오늘은 꽤나 힘든 날이구나,
생각하고 말아버린다.
요며칠은 꽤나 어렵구나,
하지만 며칠 뒤면, 또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
좋은 기분과 활력이 흐르고,
오늘을 무척 아름답게 느끼는 그런 순간이 또 올테지.
그것을 모르지 않으므로,
힘든 날을 힘든대로 그저 살아내려 한다.





* 출처: 정지우 작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posts/2235811956667965)
** 사진출처: gettyimag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