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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돌봄] 한 팔 스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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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0회 작성일 22-07-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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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 스웨터

- 류시화


완전한 사랑은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의 불완전함까지도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 육체의 한계에 갇힌 우리의 불완전함이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구원받아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인도인 친구 라와트 씨가 며칠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글 한 편을 내게 보내 주었다. 글쓴이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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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나는 일 때문에 아침마다 교외선 기차를 타고 뭄바이 인근 도시로 가곤 했다. 어느 날 50대로 보이는 부부가 눈에 들어왔는데, 호리호리한 몸매에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품위가 느껴졌다. 남자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차림으로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으며, 수수한 색상의 사리를 입은 여자는 어깨에 숄을 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승강장 긴의자에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기차 안에서도 창가 자리에 서로 가까이 앉곤 했다. 남자는 신문을 읽고 여자는 아이보리색 스웨터를 뜨개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그들을 보면서 어느덧 정이 들었다. 그들을 발견하기 위해 일찍 역에 와서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곤 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에 신에게 감사하면서.
나는 스웨터가 허리 부분까지 완성되는 것을 보았다. 그다음에는 가슴 부분, 목 부분, 그리고 오른쪽 소매까지. 여자는 조용하고 꾸준한 속도와 미소 지은 얼굴로 서두를 것 없다는 듯 뜨개질해 나갔다. 그들은 기차에 오르고 내릴 때마다 손을 잡고서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보살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들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역 어디에서도 그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다음 날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다. 걱정이 되고 조급해졌다. 그동안 그들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거의 희망을 잃을 뻔했을 즈음, 갑자기 나는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주저하며 다가가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선생님, 방해가 된다면 죄송합니다만, 부인은 어디에 계시는지요?”
그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황급히 숨을 몰아쉬며 내가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이 기차역에서 몇 달 동안 두 분을 지켜봤습니다. 저의 눈에는 두 분이 신이 이 세상에 창조한 아름다운 연인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멀리서 조용히 두 분을 존경하고 흠모했습니다. 두 분을 발견하기 위해 역에 일찍 오곤 했고, 두 분이 탑승한 같은 칸에 탔습니다. 하지만 부인은 어디 계시죠? 괜찮으신가요?”
“아니오, 그녀는 더 이상 세상에 없소. 두 달 전에 나를 떠났소.”
나는 전율하고 숨이 막혔다.
“그녀는 말기 인후암으로 투병 중이었소. 그래서 내 곁에 머물며 삶의 매 순간 나를 느끼고 싶어 했소. 의사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을 서둘러 끝내고 내 사무실까지 나를 따라오곤 했소……. 그리고 내가 감기와 인후암에 걸리지 않도록 나를 위해 스웨터를 뜨개질하기 시작했소. 왜냐하면 그녀는 이 추위와 오염된 공기가 자신의 인후암을 유발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두 대의 기차가 왔다가 갔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 기차가 왔다. 그가 말했다.
“나는 이 기차를 타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무실에 늦을 것이오.”
그는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똑바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때 나는 그가 입고 있는 아이보리색 스웨터의 왼쪽 소매가 아직 불완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왼쪽 소매 부분이 아예 없었다. 그는 뜨개질하다가 멈춘 그 미완성의 스웨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은 그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오른쪽 소매만 있는 그 미완성 스웨터와 함께 그는 자신의 곁에 있는 아내를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스웨터는 완전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완전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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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가슴속에 살아 있다면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진정하고 본질적인 것은 시간이 빼앗아 갈 수 없다. 대충의 기억이 아니라, 경계선이 뚜렷하고 마음을 벨 만큼 예리하다. 봄날의 정원에서 우리는 긴 겨울을 나기에 충분할 만큼의 봄을 모아 둘 수 있다.
우리는 완벽함을 갈망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완벽하게 만드는 일이다. 불완전하고 미완성인 것일지라도 당신이 마음속에서 한 소매 스웨터를 입고 다닌다면 당신은 완전한 사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 여인이 언제나 목에 소중한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흥분된 일들에 휩싸여 있느라 그 목걸이에 대한 것을 깜박 잊었다. 나중에 보석함을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절망적이 되어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고, 집 곳곳을 찾았지만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친구와 이웃들에게 목걸이에 대해 물었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마침내 한 다정한 친구가 그녀에게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느껴 보라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사라졌다고 생각한 목걸이가 바로 그곳에 줄곧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행복을 되찾아 주었다.
나중에 사람들이 그녀에게 잃어버린 목걸이를 찾았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녀는 “네, 찾았어요.” 하고 대답하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때마다 자신에게 소중한 의미를 지닌 그 목걸이를 되찾는 기쁨을 느꼈다.

artwork_André Kertész


(출처: 시인 류시화 페이스북 페이지)